[토니스팁] 배덕한 궁중물
스타크 가문은 여러 개의 연맹국 중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왕족 가문이었어. 알파가 대부분인 스타크 가문은 혈통 좋은 로저스 가문과 대대손손 혼약하는 사돈관계였지. 스타크 가문의 장남이 왕위를 물려받아 로저스 가문의 오메가와 결혼하는 게 나라의 오래된 관습이었어. 그런데 수 세대 동안 철칙처럼 지켜져 오던 관계가 하워드 대에서 삐걱대기 시작했지. 선왕인 하워드가 오랫동안 장수하는 바람에 첫째 왕자인 토니가 늦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기 때문이었어. 왕자 생활만 한지 40년이 다 되어 가는 토니가 왕위에 올랐을 때 그의 나이는 마흔셋이었지만 중요한 건 아직 미혼이었다는 점이야.
토니가 그 나이가 되도록 혼인하지 않은 것은 다른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어. 토니는 어릴 때부터 외척 가문인 로저스 가(家)가 정사에 깊이 관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어. 하워드를 쥐고 흔들며 왕보다 더 큰 영향력을 과시하려 드는 걸 못마땅하게 여긴 토니는 일부러 방탕한 생활을 하며 정치에 관심이 없는 척 자주 국외로 여행을 다녔어. 그리고 여자를, 특히나 오메가를 좋아하는 토니에게 방탕한 생활은 그의 성향에 아주 잘 맞아떨어졌어. 하워드가 정정하게 살아있는 데다가 토니도 궁에 거의 붙어있을 때가 없던 것이 로저스 가문 쪽에서도 혼인 얘기를 꺼내지 않은 이유였지.
대신 토니는 혼인하지 않았지만 열다섯 먹은 아들이 있었어. 아들(피터)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하룻밤 잔 베타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었어. 토니는 정실 소생은 아니지만 취미까지 저를 쏙 빼닮은 영특한 피터를 후계자로 삼고 싶어 했어. 하지만 문제는 피터가 스타크 왕족의 상징인 알파가 아니라 ‘베타’란 점이었지. 귀족들은 피터를 공격하면서 토니가 빨리 새 왕비를 맞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토니는 피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싶어 했어. 새 왕비를 맞아 로저스 가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지 않은 게 본심이었지만 토니의 마음을 굳히게 한건 왕비 가문의 혼기 꽉 찬 오메가가 하필이면 남자라는 사실이었어. 토니가 이국땅을 밟으면서 수없이 많은 오메가를 안았어도 남자 오메가는 들어 본적도 없고 안아볼 생각도 해본 적 없거든. 저랑 같은 거 달린 오메가라니, 토니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거지. 근데 로저스 가문이랑 혼약은 해야 하니까 토니는 곰곰이 머리를 굴리다 논란도 잠재울 겸 대신 피터를 혼인시키기로 해버리는 거야.
피터 나이는 이제 열다섯이었어. 원래대로라면 왕자들은 열다섯 때쯤에 혼인을 하는 게 맞았지. 그리고 왕세자비는 왕자보다 항상 나이가 더 많았어. 연상인 왕비가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왕을 손바닥 안에서 굴리기 쉽게 함이었지. 토니가 피터 나이일 때 혼담 얘기를 들었다면 불같이 뛰며 반항했을 테지만, 피터는 아버지가 결정하시는 일은 무조건 따를 거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였어. 사실 피터는 가문끼리의 결혼은 정치적인 일이라 누가 제 짝이 되던지 별 관심이 없었고 토니는 그런 피터를 보며 ‘역시 우리 아들 다 컸어~’ 하며 대견스러워했지. 토니는 피터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제 이기심으로 가득 찬 혼인식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켜.
그리고 혼인식이 열린 날 토니는, 남자 오메가라는 말을 듣자마자 관심 밖에 있던 스티브를 처음 보게 되었지. 토니는 의복에 달려있는 보석만큼이나 반짝이는 금발을 가진 스티브의 아름다운 외모를 한참이나 넋을 놓고 봤어. 같은 남자인데도 완벽히 자기 취향인 사람은 난생처음 본 상태라 답지 않게 얼이 빠져있었어. 토니는 수많은 경험(?)으로 옷 아래 감춰져 있는 스티브의 잘 빠진 몸매를 놓치지 않고 캐치할 수 있었어. 토니는 이제 와서 피터를 대신 혼인시킨 게 후회되기 시작하는 거야. 그래도 남자니까 역시 안기에는 좀... 하면서 애써 ㅈㅇ해보지만 그런 생각도 곧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였다는 걸 알게 돼.
식이 파하고 뒤를 이은 연회 자리에 참석해 있던 토니는 남자 오메가가 임신이 가능하겠냐고 지나가는 투로 말을 흘렸어.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귀족이 당치도 않다면서 껄껄 웃는 거지. 오메가에 관한 일이라면 척척박사이실 거 같은 분이 그걸 모른다면서. 남자 오메가의 밑은 여자랑 똑같은 기관이 달려서 보통 여자와 같으니 2세 걱정은 하지 말라는 소리에 토니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떨어트릴 뻔했어. 남자인데 밑은 여자랑 같다니 토니는 패닉에 빠질 것만 같았지.
제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피터는 첫날밤, 스티브와 대화만 하다가 따로 잤어. 아직 성적으로 무지한 피터가 결혼했다고 자신보다 7살이나 많은 스티브를 성적인 대상으로 생각하기에는 아직 무리였지. 그리고 거처도 원래 그대로 자기가 쓰던 궁에서 머물렀고 스티브도 따로 마련된 자기 궁에서 머물렀어. 둘은 그냥 혼인만 한 사이였지. 대신 피터는 스티브를 형처럼 잘 따르고 스티브도 피터를 자기 동생처럼 대했어.
스티브는 궁에 온 이후 책을 읽고 검술 훈련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평생을 같이 생활하던 가족들과 친구들은 다 멀리 있고 낯선 궁에 혼자 있으니 항상 외로울 수밖에 없었어. 피터는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로 눈을 빛내며 과학 얘기만 해대니 아직 남편으로 자각도 안되고 착한 동생인 거 같긴 하지만 말동무는 안되겠다 이런 수준? 그래서 서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우연이 아닐걸?) 토니랑 가까워지게 되는 거지.
책을 보고 있으면 토니가 와서 그 책을 지은 저자나 그와 관련된 얘기를 해준다거나 모르는 책에 대해서 조언도 해주고, 토니는 여행을 많이 다녔으니 바깥세상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잖아. 그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는 거지. 얘기를 하다 보면 토니의 유머 넘치는 화술에 빨려 들어가는 거야. 스티브는 금세 토니와 친해졌어. 그게 다 토니의 노림수인 줄도 모른 채. 토니는 스티브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하게 페로몬을 흘렸는데 스티브의 몸이 처음 겪는 알파의 페로몬을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했지. 둘이 꽤 친해지자 토니는 자연스럽게 손등을 스치거나 어깨를 만지는 등 스킨십을 했어. 스티브는 토니가 농담 한마디를 하면 해맑게 웃었어. 토니가 자신을 보면서 제 다리 사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하고 있는 건 꿈에도 모르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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