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스팁] 배덕한 궁중물 2
토니는 훈련장에 찾아와 스티브가 훈련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어. 스티브가 목각 검을 능숙하게 휘두르며 훌륭한 검술 솜씨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의 관심은 온통 다른데 있었지. 토니는 스티브의 땀에 젖어 확연히 굴곡이 드러나는 몸매를 보며 입맛을 다셨어. 얇은 셔츠 하나에 바지만 걸치고 있는 걸 볼 수 있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니까. 가슴골을 드러낸 어떤 여자들보다도 스티브의 내추럴한 모습이 훨씬 더 자극적이었지. 토니의 이글거리는 눈길을 받고 있는 스티브는 아까부터 토니가 의식되어 제대로 훈련하는 게 힘들었어. 뒤숭숭한 마음을 비우고 집중 좀 해보려고 하는데 토니가 여기까지 직접 행차해서 지켜보고 있으니 더욱 마음이 심란해졌지.
오늘은 피터와 연습이 있는 날인데 무슨 일이 있는지 피터가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 거야. 스티브는 한 달 전부터 피터와 주기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거든. 피터는 검술에 능한 스티브를 동경했고 배우고 싶어 했어. 유일하게 둘 사이에 같은 주제로 말이 통하는 순간이었지. 물론 왕세자와 왕세자비 간의 관계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물론 피터가 겨우 연습 하루를 빼먹었다고 스티브가 괜히 뒤숭숭한 건 아니었어. 요새 스티브는 피터가 다른 여자들과 어울리는 걸 자주 목격하고 있었거든. 하나같이 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귀엽고 아리따운 피터 나이대의 귀족 아가씨들이었지. 과학 외에는 전혀 관심 없는 공돌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나 싶어. 하긴 피터도 남자인데 왜 여자한테 관심이 없겠어. 거기다 피터는 평범한 베타잖아. 자신이 아무리 오메가라도 피터가 7살이나 연상인 남자에게 선뜻 이성적인 호감을 갖기 어려울 거란 걸 스티브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어. 하지만 사람을 시켜 알리지도 않는 피터의 무신경한 태도에 섭섭한 감정이 드는 건 사실이었지. 스티브는 바쁜 일이 생겼거니 좋게 생각하며 빨리 끝내고 가려는데 토니가 와서 기웃대니까 왠지 모르게 더 신경이 쓰여.
거기다 스티브는 토니가 제 몸을 훑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위아래로 노골적인 시선을 받고 있었거든. 토니가 알파로서의 매력이 차고 넘치는 건 인정하지만 사람을 홀리는 그 탁월한 능력을 마구 제게 흘려대니 스티브 입장에선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겠지. 제 움직임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 기세로 뚫어져라 보는데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누구와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종류의 긴장감이었지.
결국 한숨을 크게 쉬고 목각 검을 내려놓자 멀찍이서 보기만 하던 토니가 다가왔어.
“왜, 집중이 잘 안 돼? 이런… 나 때문에 방해된 건 아니지?”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 토니가 능글맞게 웃으며 먼저 선수를 치자 스티브도 뭐라고 말을 못 하겠는 거야. 무슨 일로 왔냐고 묻자 토니는 티타임 시간을 못 지킬 것 같아서 알려주러 왔다고 했어. 두 남자가 서재에서 책을 보는 시간이 암묵적으로 굳어져서 요즘은 시간을 정해놓고 만나고 있었거든. 스티브는 안 그래도 바쁜 토니가 약속 하나 때문에 직접 훈련장을 찾아왔다는 게 미안하면서 좀 부담스러워졌지. 스티브가 눈썹을 늘어트리며 곤란해하자 토니가 웃으며 스티브의 뺨을 톡톡 건드렸어.
“그냥 직접 우리 스티비 얼굴 보면서 얘기하고 싶어서 온거야.”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부르며 웃는 얼굴을 지어 보이자 스티브의 심장이 떨렸어. 토니가 이렇게 친밀하게 나올 때마다 스티브는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할지 난감해져. 가끔씩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행동들이 단순히 혼인으로 맺어진 인척 관계에서 나오는 호의가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거든. 스티브를 보는 끈적한 눈길이나 점점 진해지는 스킨십도 그렇고. 하지만 그런 걸 떠나 자신을 생각해주는 세세한 배려심에 스티브가 감동한 건 사실이었어. 그리고 코빼기도 안 보이는 누군가가 자동으로 떠올랐지. 나한테 진짜 관심 없나 봐. 스티브는 피터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는데 갑자기 토니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자 깜짝 놀라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어. 토니는 아랑곳없이 스티브의 얼굴 가까이에 코를 대고 페로몬을 들이마셨어.
“냄새가 진하네. 곧 힛싸인가봐?”
토니가 미묘한 표정을 짓는 순간 스티브는 토니의 페로몬을 맡을 수 있었어. 토니는 갈무리 잘 하라고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지만 스티브의 얼굴은 새빨개지고 난리가 났지. 스티브는 지적당하기 전까지 페로몬을 흘리고 있는지도 몰랐거든. 알파와 오메가가 페로몬을 흘리는 건 성적 어필을 하려들 때뿐인데 대놓고, 그것도 힛싸인거까지 알릴 정도로 뿌리고 있었으니 말이야. 스티브는 토니 앞에선 이상하게 페로몬 조절이 잘 안 되는 거 같았어. 그리고 미세하긴 하지만 살짝 풀린 토니의 페로몬도 스티브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았어.
스티브는 매력적인 알파를 의식하려 드는 본능에 자괴감까지 들었지만 그게 토니의 페로몬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이유 때문인 걸 아는 사람은 토니뿐이겠지. 눈치채지 못하게 스티브의 뒤가 딱 젖지 않을 정도로만 페로몬의 강약을 조절해 길들이고 있었으니까. 스티브의 몸이 알아서 알파를 받아들이게끔 준비시킨 거라고나 해야 할까. 길들여진 오메가들은 본능적으로 그 알파와 교합하고 싶어 하거든. 오메가 집안에서 태어난 스티브가 알파를 경험한 적이 전무했으니 거의 무방비할 정도로 효과가 큰 걸 테지. 힛싸까지 왔으니 이제 제 손길을 거부하기 힘들 거라는 걸 토니는 알고 있었어. 곧 있으면 스티브의 ㅇㄱㅂ을 맛볼 수 있단 생각에 집무실로 향하는 토니의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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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는 방으로 돌아왔어도 한참을 진정하기가 힘들었어. 가벼운 자극에도 쉽게 달아오르는 것이 새삼 코앞까지 다가온 힛싸를 깨닫게 했지. 알파 향을 살짝만 맡았을 뿐인데 토니가 누구인지도 잊고 빠져들 것만 같았어. 스티브는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싸우고 있었어. 오메가의 본능이 알파와 잠자리를 하고 싶어 하지만, 토니가 아무리 매력적인 알파라 하더라도 그는 제 남편의 아버지였는걸. 사실 토니가 혼인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스티브는 현재 토니의 비가 돼있었을 테니까 이 상황이 더 아이러니하겠지. 자꾸만 토니가 꺼낸 힛싸 얘기가 머릿속을 맴돌았어. 알파가 오메가 앞에서 힛싸 언급을 하는 건 대놓고 무례한 행동이지만 그게 육체적으로 끌리는 상대라면 얘기가 달라지거든.
스티브는 협탁 위에 놓여있는 억제제를 보고 고민에 빠졌어. 스티브는 힛싸 기간 땐 며칠 전부터 약을 먹으며 철저히 사이클을 관리해왔지만 이번엔 약을 먹고 싶지 않았어. 약을 거부하고 싶은 거지. 스티브는 토니랑 힛싸를 보내고 싶었어. 자꾸만 토니 아래에 깔려 신음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자 밑이 젖었어. 스티브는 침대 위에서 입술을 짓이기며 끙끙 앓다가 밑으로 손을 가져다 댔지. 젖은 부위를 살살 문지르던 스티브는 엎드려서 입구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어. 스티브는 책장을 넘기던 토니의 손가락을 떠올리면서 ㅈㅇ했어. 토니가 그 손으로 제 밑을 헤집는다 생각하며 허리를 흔드니 금방 절정에 도달했지. 여기서 만족하지 못한 스티브는 시종들이 준비해 놓은 욕조 안으로 들어가 계속 ㅈㅇ했어. 하지만 하면 할수록 온몸이 미칠 듯한 성욕으로 들끓어 올랐어.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애타게 알파의 것을 원했지. 한참을 욕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온 스티브는 시종을 불러 향수 하나를 구해달라고 시켰어. 그 향수는 궁으로 들어오기 전 본가에 있을 때 암암리에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던 거야. 베타 남자나 알파들을 쉽게 흥분시키는 향으로 오메가들이 성교를 할 때 알파를 유혹하는데 쓰는 것이었지. 누가 시켰는지는 함구하라고 하자 그게 뭔지 잘 모르는 시종은 알았다고 대답하고 빠르게 사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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