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페스 요소 약간 있습니다.





스티브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빠르게 복도로 나섰다. 한참 계단을 오르내리며 정신없이 걷던 스티브는 한적한 복도가 나오자 주변을 살짝 두리번대더니,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쉴드 요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과 상당히 떨어져 있는 외진 곳이었다. 스티브는 마지막 칸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잠그고 바지를 벗었다. 바지를 벗은 스티브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밑은 생각보다 더 젖어있었다. 토니가 그 짧은 사이에 스티브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힛싸 중이라 더욱 예민할 굴곡 사이를 건드린 것이다. 그의 무신경한 손길 약간에도 쉽게 반응해버리고 말았다. 스티브는 토니가 플레이보이로 유명한 게 빈말이 아닌 걸 실감하고 있었다. 거기다 또 예리하기는 얼마나 예리한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나온 스티브의 힛싸까지도 미묘한 냄새 차이로 알아채니(본인은 무엇인지 잘 몰랐을 테지만) 알파의 본능에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한번 받은 자극에 잔뜩 흥분해버린 뒤가 계속 젖자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다. 벽을 짚고 망설이던 스티브는 허리를 약간 숙인 채 속옷을 허벅지까지 내리고 축축해진 곳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으읏! 닿자마자 절로 허리가 튕겨졌다. 스티브는 혹시라도 밖으로 들릴까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다른 손으로 입구 안을 계속 건드렸다. 점점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니 추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애액이 사방으로 튀어댔다. 토니가 제 뒤를 쑤셔준다 상상하니 금방 사정감에 차올랐다. 


사정이 끝나자 재빨리 주변을 정리하고 나온 스티브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탈취제를 꺼냈다. 스티브가 얼음에 얼려 뛰어넘어온 요즘 시대는 기술력이 좋아진 덕택에 향을 가릴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다양했다. 예전 같았으면 힛싸 내내 집안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을 오메가들이 일반인들처럼 멀쩡하게 밖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좋은 약을 쓰는 덕분에 대부분은 스티브가 제 향을 갈무리할 줄 아는 알파라고 생각했다. 스티브는 몸 곳곳에 탈취제를 뿌려댔다. 오메가 향이 사라질 때까지 잔뜩 붓다 시피 하자 코가 얼얼해질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알파향도 살짝 뿌리곤 다시 병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거울로 비치는 제 얼굴이 꽤나 수척해 보인다. 며칠씩이나 이어지는 힛싸 때문에 곤두선 신경이 그를 더욱 피곤하게 만들었다. 핑계를 대고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한 달에 겨우 몇 번 있지도 않는 회의에 캡틴이 빠지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회의를 빠지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냐며 여기저기서 캐 물을 질문들에 일일이 대답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다. 





스티브는 우성 오메가다. 혈청을 맞고 우성 알파가 됐다는 말은 일종의 선전 문구였다. 미국의 전쟁 영웅이 오메가라는 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윗사람들은 그들의 영웅이 대중의 비웃음거리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스티브는 강제로 알파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애초에 그 당시 스티브가 오메가란 걸 아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슈퍼솔저 프로젝트를 이끈 에스카인 박사와 하워드, 그리고 군 관계자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에는 쉴드의 상부 극소수와 배너만이 스티브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오메가 탈취제와 약도 모두 배너에게 받는 것이다. 가끔은 매번 약을 먹는 것이 힘겨워 오메가인 걸 밝히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 적도 있으나 배너의 생각은 단호했다. 위험분자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 대외적 이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캡틴이 오메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오메가성을 이용해 허점을 노릴 빌런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배너의 의견이었다. 스티브는 그 말에 일리가 있어 번거롭긴 해도 오메가성을 숨기는 일에 군말 없이 따르고 있었다. 힛싸 때는 두 배로 강한 억제제를 먹고 직접 혈관으로 약을 투입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때론 금욕적인 스티브도 욕구를 억누르기만 하는 생활에 지칠 때가 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가끔씩 약의 부작용으로 알파와 관계하고픈 오메가의 본능을 거부하는 대신 찾아오는 고열과 복통에 밤새 앓느라 여러 밤잠을 설친 적이 잦았다. 알파와 한번 관계하기만 하면 해결되는 힛싸를 억지로 견디려니 죽을 맛일 수밖에 없다. 토니가 제 오메가가 되라며 노래를 부를 때 솔깃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가벼운 성향을 아는 스티브는 오메가스럽지(?) 못한 제 외모를 징그럽게 여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선뜻 손을 내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장난이었는데 진짜 오메가였어?’ 아마 토니는 놀릴 거리를 찾았다고 이죽댈지도 모른다. 스티브는 토니의 비웃는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미간을 좁혔다. 그래서 더 일부러 오메가임을 들키지 않으려 그의 발언을 대놓고 무시하는 건지도 몰랐다. 토니를 생각하자 착잡한 기분이든 스티브는 화장실 문을 나서면서 배너랑 상담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토니는 인상을 쓰며 웨이터가 건넨 잔에 입도 안 댄 채 앉아있었다. 일정에도 없던 파티에 참석한 건 충동적인 일이었다. 토니는 낮에 쉴드에서 있던 일로 상심해 있는 상태였다. 매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장난인 척 떠드는 토니도 내심 마음 한구석엔 아픈 상처를 차곡차곡 쌓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오늘 스티브는 제 장난에 뭐가 그렇게 기분 나쁜지 회의 내내 얼굴을 굳히고 있더랬다. 장난이 너무 심했나 싶어 회의가 끝나자마자 사과하려고 스티브를 불렀지만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다. 그게 그렇게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었을까. 오메가가 되란다고 진짜 되는 것도 아니고. 토니는 스티브의 눈빛 은연중에 제게 깔려있는 경멸을 읽을 수 있었다. 


저와 같은 알파임에도 이상하게 자꾸만 눈이 가고 끌린다. 그래서 더 관심을 받고 싶어 그에게 끊임없이 장난질을 건다. 물론 무의식중에 스티브를 만진 건 실수였지만 토니는 정말이지 억울했다. 분명히 스티브의 냄새가 평소에 맡던 익숙한 냄새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뭔가 좀 달콤했는데…. 스티브의 냄새를 떠올리니 절로 목이 탔다. 토니는 넥타이를 느슨히 풀고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들의 재력을 과시하며 오메가를 양옆에 끼고 있는 알파가 회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웬만한 재력가라도 명함도 못 내미는 곳이 바로 이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벌써 맘에 든 오메가를 끌고 2층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메가 한 명에 알파가 두 명인 일행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토니가 파티에 참석한 이유도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오늘은 오메가를 안아야만 직성이 풀릴 것만 같다. 


계단을 오르자 방 여기저기서 끈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입에서 입으로 거쳐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파티. 이런 퇴폐적인 곳은 토니도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섹스 상대를 돈 주고 사는 것에 부정적인 토니는 창부와 하룻밤을 보내는 걸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영 좋질 못하다. 여자를 꼬실 기분은 더더욱 아니었다. 새벽에 꾼 꿈부터 시작해서 스티브까지, 하루 종일 누군가 머릿속을 헤집어놓는 것처럼 뒤숭숭했다. 토니는 빨리 뭔가에 몰입해 머리를 비워버리고 싶었다. 구불거리는 복도를 지나쳐 막다른 길에 다다른 토니는 꽤나 사적인 공간으로 보이는 문 앞에 멈춰 섰다. 문고리를 돌리자 창밖으로 야경이 훤히 보이는 응접실 내부가 보였다. 넓은 방 한가운데 소파 위에 앉아 있는 두 남자의 인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메가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던 머리 희끗한 남자가 토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 언제 온 건가, 스타크” 

“한참 전에 웨이터를 올려 보냈는데 내가 온 걸 이제 알았다고? 퍽이나 빠르시구만.” 

“마침 내려가려던 참이었는데… 뭐 잘됐군.” 


내려가기는 개뿔. 오메가 엉덩이에 팔려 정신없어 보이던데. 토니는 브루넷 남자의 등허리를 눈으로 훑어봤다. 봐줄 만한 몸매긴 하네. 토니는 남은 와인을 단번에 들이켜고 탁자 위에 내려놨다. “그렇잖아도 자네한테 소개해 주려 했거든.” 남자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빙글거렸다. “크리스, 인사해.” 남자가 귀에 대고 속삭이자 무릎 위에 앉아있던 브루넷의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눈이 마주치자 토니는 헛숨을 들이켰다. 


“캐, 캡시클?” 

“안녕하세요, 미스터 스타크” 


토니의 입이 점점 벌어지자 브루넷 남자가 남자의 무릎 위에서 내려왔다. “놀랐나?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남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브루넷 남자는 정확히 스티브 로저스와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닮은꼴 수준이 아니라 이 상태에서 금발로 염색만 한다면 영락없는 스티브였다. 토니가 쩍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자 남자가 다가와 어깨를 토닥였다. “그럼, 소개는 이쯤 하면 끝난 거 같으니, 난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네.” 남자가 문을 닫고 나가자 크리스가 싱글거리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이언맨이 놀라는 걸 보니 제가 캡틴 아메리카랑 진짜 닮은 모양이네요.”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토니는 왠지 놀림당하는 기분에 울컥해졌지만 눈은 바쁘게 크리스를 스캔했다. 머리색은 스티브와 다르게 브루넷이지만 부드러운 머릿결과 하얀 얼굴, 해바라기를 담은 파란 눈은 놀랍게도 스티브와 동일했다. 스티브와 다른 점이라면 ‘오메가’라 빌어먹게 섹시해 보인다는 점? 


“고객 몇 분은 제가 캡틴 아메리카랑 닮았다고 하더라구요.” 

“또 누가 널 캡틴 대타로 부르는 사람이 있단 말야?” 

“놀라시는 눈치네요.” 


토니는 이를 갈았다. 스티브의 맨얼굴을 아는 자들이라면 손에 꼽힐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거기에 이런 파티에서만 소개받을 수 있는 크리스 같은 고급 창부를 맘대로 부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상당한 상류층에 속하는 부류라 볼 수 있다. 미국의 영웅을 제 밑에 깔아보고 싶은 정복욕쯤인가. 목숨 걸고 뛰는 사람 뒤에서 더러운 수작질이라니… 이런 역겨운 변태들을 봤나. 하지만 본인도 크리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더러운 욕망이 날뛰는 것이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단 생각이 들자 뜨끔해졌다. 토니는 계속 크리스의 외모를 유심히 살폈다. 크리스는 몸을 파는 자 치고 천박해 보이는 편은 아니었다. 특유의 창부 느낌도 없었다. 스티브 보다는 고분고분하고 나긋해 보이는 면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역시 ‘오메가’라 그런가? 


“그 분들은 섹스할 때 절 캡틴이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더라구요. 미스터 스타크도 역할놀이 같은 거 좋아해요?” 


토니가 인상을 찌푸리자 크리스가 쿡쿡거리며 다가왔다. 진작 달려들고는 싶지만 왠지 망설이는 마음을 눈치챘는지 크리스는 토니의 포켓에 명함을 꽂고 가슴을 손끝으로 은근하게 문질렀다. “필요하면 연락해요.” 귓가에 살짝 스치는 입술이 귀를 간지럽혔다. 크리스가 스쳐 지나가자 달콤한 오메가 향이 풍겼다. 동시에 아까 맡았던 스티브의 향기가 떠오르자 아랫도리로 열기가 몰렸다. 토니는 크리스의 등 뒤로 바짝 다가가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벽으로 몰아붙였다. 꽤 세게 밀렸는지 크리스가 눈을 살짝 찌푸렸다. 토니는 오메가 향이 풍기는 하얀 목에 얼굴을 파묻고 향을 마음껏 들이마셨다. 그리고 크리스의 턱을 붙잡아 고정시키더니 알파 페로몬을 뿜어내며 으르렁댔다. “여기서 한번 해. 액수는 부르는 대로 얼마든지 줄 테니까.” 꽤 강한 페로몬에 눌린 크리스가 벅찼는지 숨을 크게 몰아쉬더니 긍정의 의미로 토니의 목에 팔을 둘렀다. 토니가 다시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엉덩이를 꽉 움켜쥐자 크리스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토니스팁은 언제 이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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