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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에 보고싶은 장면이 있어서 오랜만에 써봤어요.

중간에 살짝 공포물?같은거 나오는데 별거 아니지만 혹시 몰라서 언급 ㅎㅎ




크리스는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의 눈에 젤 먼저 흰 타일이 깔린 낯익은 천장과 먼지 낀 형광등이 들어왔다. 눈을 옆으로 살짝 굴리자 때가 타 더러워진 벽지와 겨우 통풍 기능을 할 수 있을만한 작은 창문, 그리고 별다른 물건이 없는 삭막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분명히 그의 방이었다. 크리스가 머리를 붙잡고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한동안 정신을 잃었던 건지 귓속이 윙윙거리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또다. 분명히 마지막 기억으로 그는 톰의 진료실에서 면담을 하고 있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워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온 걸까.

톰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지. 아, 그래 고등학교 때 잠깐 사귀다 헤어졌던 레나 이야기를 하다가… 그리고 그다음에 어떻게 됐더라.

순간 뭔가 생각났는지 침대에 누워있던 크리스가 벌떡 일어나 제 몸을 살폈다. 바지 안을 펄럭이며 허벅지를 살펴봐도 ‘아무 일도 없이’ 멀쩡하다. 뒤쪽도 통증이 없는 게 역시 ‘아무 일도 없던’ 모양이다. 크리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던 것도 잠시 곧 얼굴을 화악 붉혔다. 역시 이번 것도 환각이었나. 하지만 이번 일도 환각 치고는 너무 리얼했다.


크리스는 마른 세수를 하며 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렸다. 최근 들어 크리스의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의 환각 속에서 톰은 언제나 다른 사람 같다. 사탕같이 온갖 달콤한 말을 하며 다정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양 크리스에게 온갖 수치심을 주며 난폭하게 굴기도 한다. 허나 동일한 것은 단둘이 있을 때마다 상상 속에 나오는 그의 주치의는 크리스와 섹스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톰을 볼 때마다 이런 식의 환각은 상당히 곤란했다.


멍한 눈으로 옆자리를 보자 침대가 비어있다. 크리스와 같은 방을 쓰는 파트너는 세바스찬이다. 가벼운 허풍기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그는 언제라도 금방 병원을 나갈 수 있다 자신하곤 했으며 그건 크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전, 조만간이면 정신 병동을 나갈 것 같다고 엄마와 전화 통화까지 했던 그다. 하지만 요 며칠 새 크리스의 호언장담은 눈에 띄게 불투명해지고 있었다. 내가 밖에 있는 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정신병원의 환자 대부분은 싸늘한 침묵 속에 잠겨있는 사람들뿐이다. 크리스는 더욱 우울해졌다.


크리스는 점점 더 많은 환각을 경험하고 있었다.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은 자주 자살시도를 했고 그것을 꿈꾸기도 한다. 제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던 사람의 망상처럼 말이다. 비록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크리스는 병자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있는 음침한 욕망을 직접 경험하고 있었고, 그것은 그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크리스는 두려웠다. 그의 환상은 특히 우울한 사람들과 접촉할 때마다 쉽게 빠져들기 때문이다. 개중엔 톰 외에도 크리스에게 성적 욕망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크리스는 그것을 현실과 구분하지 못 했다.

하지만 세바스찬만이 크리스에게 환각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병동에서 유일하게 크리스를 웃게 하는 친구라 할 수 있었다. 크리스와 동갑의 나이로 급작스럽게 친해진 그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면이 있었다. 그는 스물여덟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누군가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걸 매우 좋아했다. 세바스찬은 크리스가 들려주는 구연동화에 맞장구를 치며 아이처럼 까르르 웃곤 한다. 동화책이 좋은 건지 크리스의 몸짓을 보는 게 좋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는 병원에 있는 이유가 보험금을 타기 위한 꾀병이라 했다. 일명 나2롱 환자였다. 왜 하필 하고 많은 병원 중에 정신병원을 택한지는 모르겠으나 세바스찬은 병동이 클럽 인양 활발하게 여자들을 꼬시고 다녔다. 크리스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의 무분별한 행동을 보면서 나2롱 환자가 아닐 거라 짐작만 할 뿐이다.


활발한 걸 빼면 시체인 그가 이런 대낮에 온전히 방에 붙어있을 리가 없었다. 크리스는 제가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에 대한 유일한 목격자라 할 수 있는 세바스찬의 부재로 허망함을 느끼고 있었다. 크리스는 머릿속에 꽉 찬 혼란을 잊을만한 다른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째깍거리는 벽걸이 시계를 보고 운동 시간이 다 된 걸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리스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간혹 마주치는 사람들이 크리스를 힐끗거릴 때마다 목을 움츠렸다. 그는 이제 사람들을 맞닥뜨리는 것조차 유쾌하지 못 했다. 고개를 숙인 채 복도를 걷고 있자 맞은편에 익숙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캐서린이었다. 세바스찬 다음으로 병원에서 안면을 튼 여자였다. 크리스가 손을 흔들었지만 여자는 크리스의 손인사에 대꾸도 없이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캐서린은 남편에게서 이혼 청구서를 받고 두 달 전 병원에 입원한 환자였다.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아이가 둘 있었다. 그녀는 우울증세가 있단 이유로 아이들의 양육권을 뺏기고 접근조차 금지되었다. 크리스는 그녀가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비관할 때마다 말벗이 되어주곤 했었다. 평소보다 어두워 보이는 캐서린의 얼굴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크리스는 그녀를 뒤따라갔다. 열린 문으로 그대로 들어가자 그녀가 등을 보이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캐서린?”


문밖에서 이름을 여러 번 불러봐도 캐서린은 돌아보지 않았다. 조용한 그녀는 가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채 혼자 있고 싶어 했다. 크리스는 왠지 그녀에게 방해가 된 듯싶어 방을 나가려다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갑자기 주변이 웅웅대며 음침해졌다. 사람들이 순식간에 다 사라진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또 시작이다. shit! 크리스는 숨을 깊게 내쉬며 양손으로 머리를 마구 쳐댔다. 분명 환상이 시작된 거다.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캐서린이 등을 보인 채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걸 본 크리스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눈앞에서 무언가가 부스럭 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크리스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끼익 끼익- 잠시 후 무언가가 크리스의 무릎에 규칙적으로 부딪쳤다. 얼음장처럼 아주 차갑고 기분 나쁜 감촉이었다. 보이지 않는 공포는 더욱 크리스의 가슴을 죄여 왔다. 심장 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더 이상 참기 힘든 크리스가 한쪽 눈을 슬며시 뜨자 젤 먼저 보이는 것은 사람의 맨발이었다. 헉! 천장으로부터 이어진 기다란 밧줄에 뭔가가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크리스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밧줄에 목을 매단 캐서린의 몸뚱이였다. 뒤틀린 목과 혀를 빼문 채 쩍 벌려진 입이 기괴해 보였다. Jesus… 크리스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제자리에 앉아 계속 뒤로 주춤거리며 방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순간 목을 메단 시체가 끼기긱 거리며 뒤틀린 목을 움직이더니 크리스를 향해 소리 질렀다. Get out!

크리스는 발작적인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병동이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지르자 복도를 지나가던 사람들 전원이 크리스를 쳐다보았다. 상상 속에서 총기 살인을 본 것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누군가의 자살. 하지만 지난번보다 더 심각한 것은 크리스가 빈 공간을 보며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서린은 수면제를 먹고 병실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크리스가 본 것 또한 그녀의 무의식 속에서부터 끄집어내진 어두운 단면일 뿐이리라. 정신병원에 어디 미친놈이 한두 명이었던가. 곧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 대부분은 무심한 얼굴로 그를 지나쳤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말이다.

남자는 크리스의 모습이 재미있단 듯이 손가락질을 하며 낄낄거렸다. 섹스 중독으로 병동에 입원한지 2년이 다 돼가는 남자의 이름은 알렉스였다. 언젠가 한번 알렉스가 크리스의 엉덩이를 만졌을 때 세상의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얻어먹으며 구타를 당한 자였다. 그를 미치광이라 모욕질하던 크리스가 자신보다 더한 꼴이 많이 우스운 모양이었다. Hey! Evans! 크리스의 뺨을 건성으로 두어 번 후려쳐도 별 반응이 없자 남자는 크리스를 일으켜 세우더니 제멋대로 끌고 가버렸다.



-



또 잠시 정신을 잃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자 크리스는 화장실에 있었다. 그러니까 알렉스라는 남자가 자신을 복도에서 화장실까지 끌고 온 것이다. 남자가 크리스를 벽에 밀쳐세웠다. 등에 딱딱한 벽이 닿았다. 남자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방금 전의 충격으로 크리스는 이것이 현실인지 환각인지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의 환각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행동이란, 대부분 충동적이며 원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망할 상상이라면 빨리 끝나버려라. 어차피 환각은 깰 수 없고 크리스는 그냥 이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정일뿐이었다. 제가 그리도 혐오하는 남자와 이런 상황이 말도 못하게 역겨웠다. 남자가 크리스의 엉덩이를 잡고 마음껏 주물렀다. 크리스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알렉스는 크리스가 이쯤 되면 병신이 제 몸에 손을 댔다며 주먹부터 날릴만 한데 인상만 찌푸리며 얌전하게 있는 모습을 보고는 더욱 흥분됐는지 아랫도리를 마구 비비며 벨트를 풀었다. 이딴 새끼랑 화장실에서 하는 상상이라니… 최악이다. 남자가 혀를 내밀어 크리스의 뺨을 개처럼 핥아댔다. 침이 얼굴에 가득 묻었다. 크리스는 구역질이 날 거 같아 미간을 찡그리며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였다. 화장실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세바스찬이 뛰어 들어왔다. “크리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와 알렉스를 떼어내더니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이 개자식아!” 세바스찬은 남자에게 마구 발길질을 해댔다. “잘못 했어! 살려줘!” 남자가 아무리 살려달라 애원해도 세바스찬은 남자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남자가 몸을 둥그렇게 말고 억억 거려도 멈추지 않았다. 남자가 기절했는지 몸이 축 늘어지자 그제야 발길질이 멈췄다.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이 새끼가 어떤 새낀지 몰라서 가만히 있어?”


세바스찬이 알렉스를 가리키며 크리스를 다그쳤다. 크리스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남자를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크리스?” 뭔가 이상하다 싶은 세바스찬이 다가왔다. 어깨를 아무리 흔들어도 크리스는 그대로 흔들리기만 할 뿐이었다. 크리스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환각인 줄로만 알았던 공간에 세바스찬이 뛰쳐들어와 크리스를 능욕하던 남자를 때려눕혔다.


“야! 크리스!”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귀에 대고 크게 소리 지르자 그제야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크리스가 멍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Are you real?”

“What the fuck?”







히반 둘이 떡치는거 보고싶어서 쓴건데 이상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히반센데 히들이가 하나도 안나왔어!!ㅠㅠㅠ히들이는 다음에 나와요-_-;

애매한데서 끊은 이유는 다음 편 분량이 애매해서요 음?

보고싶은 장면은 다음에 나와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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