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구한다는 햄식이 광고 보고 크리스가 오메가인거 숨기고 들어가는게 보고싶다. 사실 오메가라는걸 숨기려던건 아니고 조건이 좋아서 가겠다고 연락했는데 만나 보니 햄식이가 알파인거지. 크리스는 어렵게 구한 룸메인데 햄식이가 알파라는 이유로 놓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철저히 오메가임을 숨기며 같이 살게된거임. 남자 둘이 사는 집인데도 햄식이가 워낙 깔끔했고 집도 넓고 깨끗한데 월세도 적었어. 그리고 햄식이가 요리도 잘해서 크리스 혼자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떼우다시피 하며 살적보다 호강하니까 이 완벽한 룸메를 더욱 놓치고 싶지 않은거야. 다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햄식이한테 여친이 있는데 가끔 집에 데려온다는 점이었어. 그건 처음에 같이 살기로 했을때부터 언급했던거라 크리스도 불만은 없었어. 어쩌다 집에서 가끔 여친의 얼굴을 마주할때가 있는데 인사를 나누고 나면 보통 햄식이 방으로 들어갔으니까 피해주는 일도 없고 크리스도 별 생각없었겠지.


그날도 평상시처럼 크리스가 저녁즈음 집에 돌아왔을때였어. 거실에선 햄식이가 여친과 맥주를 마시고 있었어. 햄식이는 크리스를 보자 환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 셋이 같이 술을 마시게 됐지. 햄식이의 여친은 오메가인데 쾌활하고 털털한 여자였어. 크리스와 다르게 우성인 그녀는 햄식이와 정말 잘 어울리는 아담한 여자였지. 햄식이와 여친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웃을때마다 크리스는 외로움에 마음 한구석이 쓰렸어. 크리스는 열성인데다 덩치까지 산만한 남자라 알파들이 좋아하지 않았거든.


알딸딸할 정도로 기분 좋게 술을 마신 세사람은 밤이 되자 자리를 정리하고 잠자리로 들어갔어. 음주 탓인지 크리스는 잘 시간이 넘었는데도 한참을 침대에서 뒤척거렸고 결국 목이 말라서 거실로 나갔어. 그리고 일어난 김에 아까 먹은 맥주때문에 화장실도 들려야겠다 생각했지. 휘적거리며 거실로 나간 크리스는 벌컥 냉장고 문을 열었어.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병째 마시고 있는데 순간 조용한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어.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크리스는 곧 그 소리가 햄식이 방에서 나는 신음소리란걸 깨닫고 얼굴이 빨개졌지. 두 사람의 격렬하게 헐떡이는 소리가 벽을 타고 거실로 넘어오고 있었어. 크리스는 충동적으로 햄식이 방으로 이끌렸어.


살짝 문을 여니 한창 달아오른 두 사람은 어두운 방에 스탠드 하나만 켜놓은채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어. 허리에 여친의 다리를 감은채 햄식이가 깊게 추삽질을 하고 있었지. 꽤 묵직한 물건이 여친의 허벅지 사이를 들락거렸어. 크리스는 침을 꼴깍 삼키며 둘이 섹스하는걸 훔쳐봤어. 햄식이가 여친의 유두를 깨물자 크리스는 마치 자기 가슴이 빨리는것마냥 얼굴이 확 달아올랐어. 크리스는 두 사람의 끈적이는 페로몬에 숨이 막힐것만 같았어. 아랫도리로 열이 몰리며 금방 뒤도 축축해졌지. 박히고 싶다…. 눈이 풀리며 알파향을 깊게 들이마시던 크리스는 순간 퍼뜩 정신을 차렸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는거지. 크리스는 혹시라도 자신의 오메가 향을 들킬까 후다닥 자리를 피했어.



크리스는 침대에 누워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는걸 애써 가라앉히려 노력해야만 했지. 알파와 몸을 섞은게 한참 전의 일이라 몸이 꽤 동한 모양이야. 아무리 알파에게 굶었어도 친구 밑에 깔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햄식이는 젤 친한 친구이자 동거인이고 크리스가 오메가란 사실도 알지 못했거든. 오메가인걸 들키면 둘의 사이는 어색해 질테고 햄식이 여친도 불편해 할거야. 자기 남친이 한집에 오메가랑 동거하는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까.


그렇게 크리스는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다 스르륵 잠이 들었어. 그리고 잠이 든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어. 뭔가 이상한 기분에 눈을 뜬 크리스는 놀라서 숨이 멈추는줄만 알았어. 누군가 방에 들어와 크리스의 팔을 만지고 있었거든. 크리스는 곧 그 사람이 햄식이란걸 눈치챘어. 정사의 냄새가 나는 진한 페로몬을 잔뜩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야. 겨우 흥분을 가라앉혔는데 이번엔 햄식이가 직접 들어와 만지고 있으니 크리스는 미치겠는거지. 크리스는 눈을 감은채 잠든척 했어. 햄식이는 크리스가 아무 반응이 없자 팔을 비비다 티셔츠 안으로 파고들어 가슴을 만졌어. 크리스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것만 같았어. 일어날까 생각해 봤지만 어색해질것 같아 도무지 움직일 수 없었어. 가슴을 주무를수록 목덜미에 닿는 햄식이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졌어. 크리스는 햄식이의 페로몬에 눈을 질끈 감고 흥분하지 않으려 노력했지. 크리스가 반응하지않자 손이 점점 내려가 배를 지긋이 쓸더니 바지 안으로 들어가려했어. 크리스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어. 아랫도리를 만지려는건 누가 봐도 선을 넘은 행동이었지.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크리스는 더이상 가만있어선 안되겠다 판단했어. 으음 하며 몸을 뒤척이자 햄식이가 깜짝 놀라며 크리스의 몸에서 떨어졌어. 그리고 정말 놀랐는지 한동안 움직임이 없다가 잠시 후 크리스가 잠든 상태란걸 확인하고서야 한숨을 쉬는거야. 햄식이는 침대 곁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방을 나갔어. 문이 닫히자 크리스는 긴장이 풀리며 길게 한숨을 쉬었어. 크리스는 왜 햄식이가 여친과 섹스를 끝내고 자길 만지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어. 거기다 햄식이는 크리스가 오메가인것도 모를텐데말야. 한편으론 그냥 햄식이가 하고 싶은데로 놔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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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식이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방으로 돌아왔어. 무슨 생각으로 크리스의 방으로 들어갔던건지, 방금 전의 행동은 자기가 생각해도 잠시 정신이 나갔던 것 같았어. 나른한 술 기운과 여친과의 정사에 꽤나 고조돼 있던건 사실이었거든. 아까 같이 맥주를 마실때 크리스의 젖어있는 빨간 입술에 계속 눈길이 갔어. 오늘따라 매일 보던 하얀 다리, 특히 그 가느다란 발목이 이상하게 만지고 싶어졌고. 햄식이는 크리스가 오메가란건 이미 처음 왔을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메가임을 숨기는건 나름의 사정도 있을테니깐 직접 말하기 전까진 모른척 하고 있었지. 그런 상황에 충동적으로 크리스의 방에 들어가 몸을 더듬은건 명백한 실수였어.


어쩌자고 아무 생각없이… 미친놈. 깨기라도 했으면 어쩔려고. 그나마 크리스가 깨지 않아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해야할까. 거기다 크리스가 뒤척이지 않았다면 끝까지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식은땀이 흐르는거지. 햄식이는 자신이 이렇게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놈이었던가 아무리 그래도 자는 사람을… 햄식이는 순식간에 파렴치한 인간이 된거같아 기분이 안좋았지. 크리스가 이 사실을 알면 분명히 날 혐오할거야. 햄식이는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크리스를 만질때 흥분하는 바람에 아랫도리가 서버린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햄식이는 침대 위로 올라가 자고 있는 여친의 품으로 파고들었어. 허벅지 사이로 손가락을 넣으니 몇시간 전의 관계로 아직 안은 축축했어. 크리스 안도 이렇게 젖어 있을까. 햄식이는 여친의 입구에서 손을 떼고 성기를 넣으면서도 여전히 크리스의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어.


- 음… 크리스? 


아무것도 모르는 여친이 잠결에 햄식이의 손길에 웅얼거리며 뒤척였어. 햄식이가 허리짓을 하자 여친이 신음했지. 여친이 목에 손을 감자 햄식이는 크리스가 매달리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걸 상상해봤어. 하읏, 아아… 크리스! 크리스가 자신을 부르며 헐떡이는걸 생각하니 아랫도리로 점점 열이 몰렸음.




크리스는 전날 밤의 충격을 애써 가라앉히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해야했어. 사실은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 정도로 창피한데 의식하면 햄식이가 눈채챌지도 모르니 어쩔 수 없었지. 그런데 정작 햄식이가 평소랑 좀 달라진거 같은거야. 대화하다가 가끔 멍하게 자기 얼굴을 보고 있다는 점이나 스킨쉽도 많이 줄어들었다는것 등등. 원채 허물없는 사이라 크리스도 햄식일 편하게 대했고 햄식이도 당연히 크리스가 오메가인줄 모르니까(크리스 생각) 서스럼없이 행동했었거든. 그런데 햄식이의 행동이 뭔가 미묘하게 달라진걸 의식하니까 둘의 사이가 서먹해졌음. 하지만 어색한것도 잠시, 시간이 약이듯이 점점 시간이 지나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이 원래 사이로 돌아왔지. 크리스도 그 날 일은 혹시 꿈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가물해졌어.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언제부터인지 햄식이 여친이 안보이는거야. 여친이랑 데이트 하러 나가는 일도 없고 집에도 안데려오고. 무슨 일이 생긴걸까 궁금해할때쯤, 아침 식사 도중에 햄식이가 꺼낸 말은 크리스를 놀라게 만들었지.


- 헤어졌어.


크리스는 입으로 들어가려던 스푼을 내려놓고 눈을 크게 떴어. 햄식이와 여친은 꽤 오래 사귄 커플이었어. 햄식이가 평소에 여친에게 잘하기도 했고 둘은 정말 잘 맞는 사이였거든. 크리스는 햄식이의 표정이 심각해보여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려는걸 내리려 애써야했어.


- 너네 잘 어울렸잖아. 너 여친한테 무슨 잘못했지?

- 그런거 아니야.

- 아니긴 뭐가 아니야? 설마 한눈이라도 판거 아냐? 


이상하게 기분이 업된 크리스가 살살 약올리자 그런거 아니라니까 새꺄! 라며 햄식이가 크리스에게 달려들어 헤드락을 걸었어. 무방비한 상태에서 덮쳐진 탓에 꽤나 강력한 목졸림 이었지. 그만해, 이 자식아!! 크리스가 크게 콜록대며 기침하자 목을 감고있는 햄식이의 팔뚝에 힘이 약간 풀렸어. 하지만 햄식이가 등뒤에서 떨어지지 않아 크리스는 꼼짝없이 안겨있는 자세가 되버렸지. 크리스는 햄식이의 단단한 팔뚝과 등에 바짝 닿아있는 가슴팍에 두근거렸어. 고개를 올려보자 햄식이가 알 수 없는 눈으로 크리스를 바라보고 있었어.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햄식이는 그제야 크리스의 말에 떨어지더니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렸어. 그리고 등을 돌려 방으로 가면서 아아~ 죽겠다~~ 라고 소리를 높혔지. 크리스는 햄식이가 잡았던 어깨 부분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어. 알파향이 티셔츠에 미미하게 베어있었지. 평소보다 햄식이가 자길 한참 안고있었고 눈빛도 뭔가… 크리스는 햄식이가 혹시 나한테 관심이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고는 들뜬 기분에 휩싸였지.


하지만 고양된 기분은 며칠 안가 깨지고 말았어. 집에 왔는데 현관에 여자 신발이 놓여있는거야. 여친이랑 다시 화해한건가 생각한것도 잠시, 거실 쇼파에 햄식이랑 앉아있는 여자를 보니 다른 사람이었어. 하긴 햄식이같이 오메가한테 인기많은 놈이 왜 나 따위한테 관심이 있겠어. 뭔가 씁쓸해진 크리스는 대충 새여친과 인사를 나누고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갔어. 그리고 크리스는 밤중에 거실로 나가지 않았어. 온통 햄식이와 새여친의 신음소리가 거실을 메우고있는데다 계속 엿듣는건 죄책감이 드는 동시에 자꾸 햄식이한테 깔려있는 제 모습을 떠올리게 했으니까. 크리스는 햄식이가 여친도 정리했으니 상황봐서 오메가인걸 밝히려고까지 했었거든. 크리스는 자기한테도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생각했던 사실이 서글퍼졌어. 크리스는 그냥 지금처럼 모른채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지내는게 낫겠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햄식이는 매일 새로운 여친을 집으로 데려와 섹스하는데 햄식이가 뭔가 예전이랑 달라졌음. 일주일도 안되서 금새 여친을 다른 여자로 갈아치우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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