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가 집에 도착하자 햄식이는 주방에 있었어. 오랜만에 집안에서 먹음직스런 음식 냄새가 나고 온기가 돌았지. 햄식이는 크리스를 반기며 안주 거리를 거실 테이블에 옮기고 있었어. 테이블엔 크리스가 사온 것들이 필요없을 정도로 술과 요깃거리들로 세팅되어 있었어. 그새 다 준비해논거야? 크리스가 멋쩍은듯 종이 봉투를 테이블 한구석에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았지. 음식을 다 옮긴 햄식이도 맞은편에 앉고 둘은 병 맥주를 하나씩 해치우기 시작했어. 술이 좀 들어가고 어색했던 분위기도 많이 풀어지자 크리스가 먼저 입을 열였어.


- 미안.


크리스가 병을 만지작 거리며 입을 떼자 햄식이가 말없이 크리스를 보았어. 크리스는 여전히 햄식이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말을 이었어.


- 내가 그날 그렇게 앞뒤 안재고 화를 내는게 아니었는데.

- 아냐, 내가 미친놈이지. 한동안 정신이 나갔던게 분명해. 다시는 집으로 여자들 데려오는 일은 없을거야. 약속할게.


아… 크리스는 아무 말 없이 햄식이를 바라봤어. 집에 오면서 무슨 말을 해야하나 긴장했는데 햄식이와의 화해는 너무나 손쉬웠지. 햄식이는 크리스의 술병이 빈것을 보고 다른 병을 건내주며 웃었어. 싱겁게 화해를 마치자 둘은 그간 못다한 얘기로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한참 웃고 떠들었어. 누가 보면 둘이 잠시 절교한 것이 아니라 몇년은 떨어져있다 만난 사이로 착각할 정도였지. 시간이 지나자 빈 술병들이 점점 쌓여갔어. 크리스는 꽤나 취했는지 평소보다 몸을 가누는게 힘들어 쇼파에 기대 누워있었어. 주로 햄식이가 대화를 이끌었고 크리스는 간간히 웃으며 물끄러미 햄식이를 바라보고 있었어. 햄식이의 웃는 얼굴은 볼때마다 참 매력적이었어. 햄식이가 우성 알파라는걸 차치하고서라도 수많은 오메가들이 따를만큼 잘생긴 얼굴이었지. 



크리스는 침대 위에서의 햄식이를 떠올리고는 입맛을 다셨어. 우연찮게 햄식이의 정사 장면을 본것도 두번이나 되었어. 첫번째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두번째는 벌건 대낮이라 그의 벗은 몸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지. 하지만 당시엔 당혹스러움과 불쾌함이 더 앞서서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어. 크리스는 문득 그때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햄식이에게 범해지는 온갖 음란한 생각들을 떠올리고는 화들짝 몸을 굳혔어. 왜 갑자기 햄식이의 땀에 젖은 몸이 떠오르며 알파의 수컷에 동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어. 친구를 앞에 두고 지금 무슨 생각을? 몸까지 온통 달아오르는게 꽤나 취한 모양이라 생각했어. 하지만 아무리 취했다고 해도 이때까지 직접적으로 햄식이의 페로몬에 노출되지 않는 이상 그를 앞에 두고 성적으로 반응한적이 없던 크리스였어. 뭔가 몸의 반응이 평소와는 달랐지. 크리스가 왜 얼굴을 붉히는지도 모른채 햄식이는 계속 자기 얘기를 하고 있었어.


- 그날 이후로 쭈욱 생각해 봤어. 아니, 네가 우리집에 처음 왔을때부터 한시도 너에 대한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거든.

- 응…… 어?


크리스는 거의 햄식이의 말을 흘려들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이다 뒤늦게 파악하고 당황해서 말문을 잃어버렸어. 잘못 들은건가? 아냐, 내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겠지. 아닐거야. 햄식이가 빤히 크리스의 눈을 응시하는데 이상하게 열이 확 오르는것만 같았지. 크리스는 햄식이의 눈이 열기로 가득차 보이는게 착각일거라 생각했어. 크리스가 머리를 흔들며 상체를 일으켜 앉자 햄식이가 옆으로 다가왔어. 괜찮아? 햄식이가 크리스의 이마에 손을 얹었어. 거실 안이 왜 이리 덥지? 크리스가 답답한 듯 카라 부분을 만지작 거리자 햄식이가 단추 몇개를 빠르게 풀어냈어. 햄식이의 손이 크리스의 드러난 목덜미를 훑자 몸이 붕 뜬것처럼 몽롱해졌지. 크리스가 멍한 눈으로 응시하자 햄식이가 크리스의 얼굴을 쓰다듬었어. 손이 닿는 곳마다 뜨거워 데일것만 같았어. 이상하게 햄식이가 어루만지는 손길이 싫지않아 손이 떨어질때마다 아쉬워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만 같았어. 온몸이 물 먹은 솜이라도 된것처럼 무기력하게 축 처지고 밑이 젖어오는 느낌에 크리스가 움찔거렸어. 힛싸라면 아직 기간이 남았지만, 이 반응은 꼭 발정기라도 온것만같아 당혹스러웠지. 그것도 철저히 오메가인걸 감추고 싶은 햄식이 앞에서 말야. …나 왜 이러지? 식은땀을 흘리며 크리스가 힘겹게 묻자 햄식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어.


- 미안해, 크리스. 이제 약기운이 돌기 시작할거야.

- …무슨?


햄식이가 대답대신 크리스의 허벅지를 쓰다듬자 다리가 움찔거리며 양옆으로 벌어졌어. 본능적으로 알파를 품고 싶은 오메가의 행동이었지. 이제 햄식이는 대놓고 알파 페로몬을 쏟아내고 있었어. 크리스는 울컥거리며 애액으로 밑이 젖는게 느껴졌지. 읏! 너… 나한테 무슨 약을 먹인거야? 햄식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크리스는 그것이 오메가 발정제라는걸 알 수 있었어. 크리스는 햄식이가 약을 탄것도 경악스럽지만 오메가인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혼란스러웠어. 그 사이 햄식이의 손은 크리스의 셔츠 단추를 마저 다 풀어내고 있었어.


- 널 보면 만지고 싶은 충동에 미치겠고, 계속 이대로 가다간 이성을 잃어버릴것만 같았어. 더 이상 회피하지 않을거야.


크리스는 햄식이의 뜨거운 숨결이 점점 얼굴 가까이 다가오는걸 느꼈어. 내가 이제부터 무슨 짓을 하던 화내지마. 크리스는 마지막 햄식이의 말을 끝으로 눈앞이 흐려지며 정신을 잃고 말았어.







토니스팁 쓰고싶은거 많은데 나는 왜 계속 이걸 쓰고 있는건가

어차피 뒷부분은 떡떡떡이라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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