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톰은 교회에 낸 작품을 연달아 3개나 거절당했다. 성인(聖人)을 너무 저속하게 그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의 작품엔 동.정녀 마.리아가 동네 아낙네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예수는 그저 보통 아기와 다를 바 없이 평범했다. 그들은 인간 세계를 초월한 고귀한 존재가 아니라 친근한 서민들일 뿐이었다. 보이는 대로 그리겠다는 톰의 원칙대로 철저히 서민, 부랑자 등이 모델로 그려졌으나 3번째 그림은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카르멘 수도회를 장식하기 위해 의뢰받았던 작품에서의 동.정녀 마.리아는 고결한 승천은 고사하고, 머리는 산발로 풀어헤쳐지고 불룩한 배에 노출된 발, 사후경직으로 뻣뻣한 몸. 말 그대로 시체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리아의 모델이 강변에서 건져진 매춘부의 시체였다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을 더 충격에 빠트렸다. 작품은 성직자들에 의해 거절당했고 종교적인 후원자들조차 불결하다면서 작품을 외면했다. 문제의 작품은 루.벤스의 설득으로 만토바 공작의 저택에 걸리게 되었다. 그림을 보러 저택에 도착한 크리스는 마.리아의 물에 퉁퉁 부은 충격적인 모습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이 그림을 보러 온 톰의 후원자인 베네데토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제가 반(反) 종교를 지지한다 해도, 이번 그림은 저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군요.” 


크리스가 베네데토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는 턱에 손을 얹고 여전히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뭔가요? 베네데토 경”

“마.리아의 모델이 매.춘부인 걸로 알려져 교황이 등을 돌렸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교황과 대면할 수 있는 교회 내에 몇 안되는 연줄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전에 바글.리오네가 그의 작품에 톰을 붉은 악마로 못 박아놓지 않았습니까? 요새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를 악마의 화가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거든요.”

“경쟁 화가를 악마의 얼굴로 그려넣다니… 끔찍한 일이군요.”


크리스는 몸서리를 치며 미간을 구겼다. 베네데토가 크리스를 응시하며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톰은 도가 지나쳐요. 언젠가 큰 화를 입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마차를 타고 톰의 집으로 향하는 크리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베네데토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신분이 높은 후원자들 덕분에 톰의 기행이 어느 정도 입막음되고는 있다지만, 과연 막아줄 수 있는 게 어디까지일까? 크리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릴 정도의 축복받은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구태여 왜 가시밭길을 택하며 주류에 저항하는지를…

어느덧 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린 크리스는 현관문에 붙은 문고리를 두드렸다. 안에서 한참 반응이 없자 문고리를 잡고 밀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안쪽에서 먼저 문이 벌컥 열렸다. 그 반동으로 크리스의 몸이 휘청거리며 안에서 문고리를 잡아당겼던 남자와 어깨를 부딪쳤다. 크리스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봤지만 남자는 뭐가 그리 급한지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쳤다. 의아한 생각으로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물건이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작업실 문 밖에서 몸을 벌벌 떨고 있는 톰의 새로운 조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크리스가 묻자 아직 한창 앳돼 보이는 청년이 입을 떼었다.


“방금 다녀간 손님이 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에서 뭔가 부욱-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청년이 몸을 움찔거렸다.


“이 곳은 내가 수습해볼게. 걱정 말고 나가봐.”


청년은 마치 자신의 구세주라도 만났다는 듯 감사의 인사를 하더니 빠르게 문 밖으로 사라졌다. 크리스는 청년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안은 온통 깨진 물건과 바닥을 뒹구는 파편들로 난장판이 돼있었다. 톰의 주변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그림들이 넝마 쪼가리 마냥 갈가리 찢겨 널려있었다.


“톰, 도대체 무슨 일이야?”


톰이 크리스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고갤 돌렸다. 목에 핏대를 세운채 손에 술병을 들고 있는 그의 동공은 많이 풀려있었다.


“내 그림을 비난했어.”

“톰”

“그 개자식이!”


술을 병째 들이켜는 톰의 손은 아직도 분노에 찬 듯 후들거렸다. 톰은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뭇 화가들에게 지적을 받았지만, 그런 점을 상쇄시킬 만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자존심과 번뜩이는 천재성 하나만으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톰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어떠한 비판도 용납하질 못했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 쓴소리를 하는 자가 있다면 보는 앞에서 그림을 찢어버리곤 했다. 톰이 폭주 상태인걸 보니 안 봐도 무슨 소릴 했을지 크리스는 대충 짐작이 갔다. 거기다 요새 교회와의 좋지 않은 관계로 심기가 불편한 톰은, 건드려봤자 좋을 것 하나 없는 상대였다.


“일단 진정하고 차분하게 얘기해 봐.”

“내 작품에 대해 지껄였다고! 제깟 놈이 뭘 안다고 감히”


다른 화가들을 모두 자기 발밑에 두는 톰의 오만함은 연적들을 불러 모으기 쉬웠다. 포악하기 그지없는 괴짜스러움은 안티들 또한 수없이 늘려가고 있는 셈이었다.


“요새 널 보면 정도가 지나친 거 같아. 사실… 이제 좀 피곤하기도 하고.”

“…방금 뭐라고 했어?”


크리스는 아차 싶지만 이미 뱉은 말은 담을 수 없었다. 톰의 눈빛이 불꽃이 튀 듯 일렁였다. 성큼 다가와 가까이서 낮게 으르렁대는 목소리가 위협적이어서 크리스는 어깨를 움찔거렸다. 언제나 그에게서 나는 달콤한 위스키 향이 그날따라 독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톰이 크리스의 어깨를 붙잡으며 상체를 숙였다.


“왜, 나한테 벌써 실망했어?”

“그런거 아냐.”

“그럼 뭐야? 날 벗어날 좋은 핑곗거리라도 만들고 싶은건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제 내가 쓸모 없어진 거군, 그렇지?”


톰은 뿌리치려는 크리스의 어깨를 더 우왁스럽게 움켜쥐었다.


“이제 내가 필요 없어진 거야.”

“…너 좀 취한거 같아. 이거 놔줘.”

“결국엔 너도 날 이용만 해먹고 떠나려는 거지. 모두가 날 버린것처럼!”


크리스의 어깨를 잡은 손이 사시나무처럼 심하게 떨렸다. 톰은 예민한 성정만큼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이었다. 터졌던 분노가 갑작스레 참을 수 없는 오열이 되어 톰에게 밀려들었다. 크리스는 제 어깨에 파고든 손톱이 슬슬 아파 입을 떼려다 톰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톰이 흐느끼며 작게 웅얼거렸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톰은 어깨까지 들썩이며 눈물 흘렸다. “날 두고 떠나지 마.” 같은 말만 반복하며 정신없이 흐느끼는 모습을 보자 크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톰을 감싸 안고 토닥였다. 톰은 더 큰 소리로 흐느끼며 그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크리스는 톰이 어릴 때 흑사병 때문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어 일찍부터 혼자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 빈민촌에서 눈칫밥을 먹고 자란 탓에 성격까지 괴팍해 누구 하나 제대로 곁에 붙어있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골이 날 정도로 사람을 떠나보낸 톰이지만 버려진다는 것은 그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공포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절대로 네 곁을 떠나지 않아.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자 들썩이던 등이 안정을 찾았다. 그새 뺨을 적시던 톰의 눈물도 점차 잦아들었다. 절대, 절대 떠나지 않아. 톰은 크리스의 어르는듯한 부드러운 목소리에 천천히 어깨에 기대 눈을 감았다. 나긋나긋한 목소리, 기분좋은 향기와 손에 잡히는 부드러운 촉감에 취한 톰은 크리스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조용히 안겨있던 톰의 입술이 어느새 크리스의 귓불을 깨물고 목덜미를 핥았다. 점점 목에서 턱 주변을 배회하던 입술이 도톰한 입술 위를 비비자 크리스가 움찔거렸다. 


“톰?” 


팔로 밀어내 보려 했지만 톰은 힘을 주어 허리를 더 꽉 안을 뿐이었다. 톰은 당황하는 크리스의 입술을 겹치고 벌린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어 치열과 천장을 훑었다. 빨아들일 것처럼 혀뿌리를 강하게 옭아매는 탓에 숨쉬기가 곤란한 크리스는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숨을 헐떡였다. 톰의 숨소리가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온도 차이를 보이며 거칠어졌다. “잠깐만.” 어느새 단추를 풀어헤치는 손길에 아차 싶었지만 크리스는 곧 소파 위에 눕혀지고 톰을 올려다보게 됐다. 눈에 띄게 붉어진 크리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톰이 물었다. “싫어?” 예의상 물어보는 말뿐이란 걸 크리스도 잘 알고 있다. 손은 이미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품에서 서럽게 울던 남자와 동일인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말캉한 혀가 목과 가슴 위를 배회하고 더 끈적해진 손길이 바지 위를 자극했다. 으읏. 벌써 몸이 흐물흐물해졌다. 또다시 톰이 물었다. “아직도 싫어?” 크리스는 나른한 목소리에 반응하는 몸이 원망스러웠다. 톰이 자신의 바지를 벗기자 크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설마 여기서 진짜 하려는 거야?”

“지금 하고 싶어.”


맙소사. 크리스는 손을 이마에 얹은 채 한숨을 쉬었다. 톰은 너무나 본능에 충실했다.



-



그날 이후 톰은 예전보다 더 크리스를 싸고돌았다. 톰은 크리스가 다른 남자와 얘기라도 할 때면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굴었다. 집착한다 싶을 정도로 크리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여했고 작업이 없는 날은 한시라도 그와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거의 매일 크리스 집으로 찾아오거나 자신의 집으로 오게 했다. 그리고 톰은 제가 무슨 짓을 하든지 크리스가 자신을 버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몇달 후, 로마의 'Musei Vaticani' 에서 미술품 전시가 열렸다. 수많은 화가와 미술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큰 자리였다. 톰과 크리스도 그 자리에 함께 동행했다. 톰은 이름을 날리는 화가답게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크리스 또한 아는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역대 교황들이 수집한 값비싼 소장품과 조각품들을 천천히 훑어보며 건물 안을 한 바퀴 돌았다. 

크리스가 다시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왔을 때도 톰은 여전히 크리스의 시야에 있었다. 귀족같이 우아하게 다듬어진 얼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블랙 푸르푸앵과 트루스 밑으로 길게 잘 빠진 다리는 볼 때마다 감탄사를 나오게 했다. 와인잔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꽤나 여유로워 보였다. 톰은 여러 인사들을 상대하느라 자신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듯했다. 크리스는 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앞에 놓인 고문으로 눈길을 돌렸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인 메소포타미아의 엘람인(人)의 문자라고 알려진 것이었다.


“아름다운 문자 아닙니까?”


처음 보는 고문에 관심을 집중하던 중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톰과 비슷해 보이는 장신의 남자가 금발의 머리칼을 반짝이며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톰마소니 라누치오라고 합니다.”


크리스는 이름을 듣고서야 자신 앞에 서있는 금발의 남자가 명망 있는 라누치오 공작 가문의 첫째 아들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크리스가 얼떨결에 손을 맞잡고 악수하자 남자가 웃음기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크리스 에반스경 되시지요?”

“아 예,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시죠?”

“경께서 히들스턴의 후원자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같이 동행한 걸 보고 알아봤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크리스는 작게 덧붙이고는 다시 톰 쪽을 힐끗 보고 마른 입술을 핥았다. 라누치오는 톰과 사이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라누치오를 처음 본 크리스의 느낌은, 물과 기름처럼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상극 같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톰은 새 후원자들과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누느라 이쪽에 별 관심을 두는 것 같지는 않았다.


“피렌체에서 잠시 로마로 옮겨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크리스는 라누치오의 말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 보는 남자가 왜 자신의 거주지까지 알고 있는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대화 내내 그는 세상 모든 여자를 홀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미소와 언변 능력을 술술 풀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왜 자신에게 기울이는 건지 크리스는 알 수 없었다. 크리스가 슬슬 부담을 느낄 즈음 라누치오가 허리를 숙이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제가 모은 컬렉션들을 보여드리고 싶군요. 제 집에 한번 오시면…”


그때였다.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라누치오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모든 시선이 크리스 쪽으로 쏠렸다. 라누치오가 바닥에서 얼굴을 감싸며 신음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크리스가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다가왔는지 성난 표정으로 씩씩대고 있는 톰이 보였다. 이런… 크리스는 작게 한탄했다. 


“너 미쳤어.” 


집에 돌아온 톰은 한참이나 크리스의 쏘아붙이는 잔소리를 들었으나, 아무 말없이 소파에 앉아 위스키를 들이킬 뿐이었다. 톰에게있어 라누치오를 때려눕힌 건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내가 싫어하는 놈인 걸 알면서도 그 자식이랑 같이 얘길해?”

“그럼 그 자리에서 내가 뭘 해야 했는데? 톰, 아무리 사이가 안 좋다 해도 사교적인 자리에서는…”

“네 표정을 보니 그 자식이랑 얘기하는 게 싫지많은 않던 것 같던데?”


톰이 콧바람을 내며 비웃었다. 크리스는 톰이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 아무 말이나 내뱉고 보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것보다 안 보는 척하면서 계속 자신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걸까. 크리스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라누치오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한 망신살을 보복하겠다며, 톰을 감방에 넣으려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 거기다가 라누치오는 공작 가문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때문에 고생하는 걸 알면, 최소한의 노력은 보여야 하는 게 정상 아냐?”

“……”

“라누치오가 지금 길길이 날뛰는 거 몰라?”

“…고소하려면 하라고 해.”


하… 크리스가 머리를 감싸고 한숨 쉬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톰이 감방에 들어가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번에는 같이 사과하러 가줘야겠어.”

“그 놈에게 머리를 숙이느니, 차라리 나한테 죽으라고 해.”


톰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자존심을 구길지언정, 정말 목을 매고 자살을 택할지도 모르는 사람이 그란걸 크리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술잔만 잡고 있는 모양새를 보고있자니 크리스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톰을 위해 뭔가 하려해도 아무 관심 없다는 저 반응은 도대체 무엇인가. 


“톰, 넌 정말… 이기적인 놈이야.”


크리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톰은 들고 있던 잔을 벽에 집어던졌다. 유리조각이 요란한 소릴 내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의 눈빛은 크리스를 집어삼킬 듯이 사나웠다. 톰이 가까이 다가와 입술을 씰룩거렸다.


“왜, 또 나한테 실망했다고 하려고? 내가 원래 이런 놈인 건 다 알고 있었잖아?”


맨 처음 톰을 만났을 때 그와 나눴던 말이 머리를 스치듯 지나갔다. 크리스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톰은 길들여질 수 없는 부류란 걸. 하지만 이것은 일방적인 화풀이에 불과했다. 크리스는 있는 힘껏 톰을 노려봤다. 크리스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차갑기만 했다. 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잔인하게 크리스의 가슴을 후벼팠다. 


“그 개자식한테 가버려.”









어..마지막편까지 같이 올리려 했는데 생각보다 설정이 바껴서 수정할게 많군요-_-;

내일 올려야겠다; 아 참고로 히들이 모델은 실존 화가입니당!

옛날 글을 지금 다시 보니 너무 유치하고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수정하면서 으아아아아아아악 상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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