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눈앞에 스티브의 잠든 얼굴이 보여서 헙! 하고 숨을 멈추는 게 보고 싶다. 토니는 평소에 끈적하게 눈으로 훑기만 했던 스티브가 자신과 한 침대에 누워있는 이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겠지. 꿈인가? 눈을 데구르륵 굴리며 이불을 슬쩍 들춰보니 스티브가 알몸인데다가 몸 여기저기 진한 자국들과 정액이 말라붙은 흔적이 가슴이랑 다리 주변에 남아 있는 거야. 토니는 잤네 잤어... 하다가 잠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하면서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분명 전날 밤에 술 먹은 기억도 없고 작업하다가 자기 방에서 몸을 뉘었는데 일어나보니 눈앞에 스티브라니... 토니는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집안도 왠지 낯선 거야. 작은 아파트 같은 게 왠지 스티브의 집인 거 같았어. 도저히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안 돼서 입만 뻐끔뻐끔하는데 스티브가 잠에서 깨어나겠지. 긴 속눈썹이 스르르 올라가고 새파란 눈이 자길 응시하는데 토니는 또다시 숨멎!!! 스티브가 살짝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어.


- 굿모닝, 버키


토니는 굳어버렸어. 방금 버키라고... 잠깐 버키????WTF!!! 내가 러시아 스파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토니가 충격에 빠져 패닉 상태인 걸 알리 없는 스티브는 토니(버키의 모습을 한)의 입술에 촉하고 입을 맞췄어. 토니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가 싶더니 아랫도리에 반응이 왔지. 몸의 주인이 금세 주니어를 세운 거야. 그걸 알아차린 스티브가 오... 하더니 슬금슬금 몸을 일으켜 토니의 다리 사이로 내려갔어. 그리고 기립한 토니의 기둥을 손으로 살살 주무르며 말했어.


- 오늘은 입으로 해줄게. 괜찮지?


스티브의 행동이 너무나 익숙한 게 이런 일이 두 남자에겐 일상인 것 같았어. 스티브가 기립한 토니의 것을 덥석 물더니 혀로 핥기 시작했어. 기둥 끝을 할짝대다가 입에 가득 넣어 능숙하게 빨아들였어. 토니는 헉헉 숨을 내쉬며 스티브의 모습을 지켜봤어. 스티브가 자기 다리 사이에 무릎 꿇고 앉아 펠라라니. 그 바른생활 보이가 사탕 빨듯이 남자 성기를 빨다니요. 둘이 친구인척하더니 뒤에선 호박씨 까는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건가? 토니는 한꺼번에 몰아치는 충격적인 사실에 혼란스러웠지만, 내심 스티브와 이런 짓을 하는 게 좋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성기가 입에 다 들어가지 않아 입가에 타액을 흘리며 열심히 빠는 스티브의 머리통에 손을 넣어 머리카락을 휘저었어. 그러자 스티브가 머리를 앞뒤로 빠르게 움직였고 토니는 순식간에 사정하고 말았어. 스티브는 토니의 정액을 남김없이 빨아 삼키고 입가를 손등으로 닦았지.


와우! 캡틴이 아무렇지 않게 남자 정액을 꿀떡 마시다니. 얼음과자 양반 평소에 엄숙한 척, 얌전한 척하더니 다 내숭이었구먼? 토니가 얼얼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며 앉아있을 동안 스티브는 침대를 벗어났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욕실로 걸어들어가는 잘 빠진 뒤태가 손으로 빚어놓은듯했어. 사실 혈청이 만들어낸 몸인 건 맞지만 말이야. 토니는 잘록한 허리와 빵빵한 엉덩이를 눈으로 실컷 구경했어. 내가 살다 살다 캡시클의 벗은 몸을 다 보다니... 토니는 속으로 휘파람을 부르고 큭큭대며 고개를 돌렸지. 그러다 문득 벽에 걸린 거울과 눈을 마주쳤어. 거울 안에 브루넷 장발을 한 낯선 남자가 토니를 보고 있었지. 눈매가 매섭고 어두침침한 게 마치 토니를 노려보는 것만 같았어. 토니는 수염 없는 말끔한 자신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봤어. 그러다 한쪽 입꼬리를 비죽이 올리며 생각했어. 버키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



토니는 샤워를 마친 후 소파에 앉아있었어. 스티브는 주방에서 분주하게 아침 식사를 차리고 있었어. 토니는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어. 정확히는 알몸에 에이프런만 두른 스티브의 모습을 말이야. 내가 농담 하나만 해도 질색하며 얼굴 굳히더니 두 노친네가 저러고 놀았단 거지. 토니는 왠지 모를 질투심이 솟구쳐 올랐어. 토니가 냉장고를 여는 스티브의 뒤로 불쑥 다가갔어. 그리고 에이프런 위로 드러난 봉긋한 가슴을 움켜쥐었어. 으앗! 버키? 스티브가 갑작스러운 접촉에 냉장고 문을 닫으며 몸을 돌렸어. 토니는 짓궂게 그의 연분홍빛 유두를 엄지로 꾹 메만졌어. 스티브가 토니의 손목을 잡아 가슴에서 떼어냈어.


- 버키... 그만해. 식탁 앞이잖아.

- 사실대로 말해봐. 빨리고 싶어서 이렇게 내놓고 다니는 거 아니야?


질릴 때까지 잔뜩 빨아줄게. 스티브가 얼굴을 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토니는 고개를 숙여 유두를 입에 물었어. 스티브는 왠지 능글맞은 버키가 낯설었어. 평소의 버키라면 빨고 싶다고만 정직하게 말하지 저를 놀리는 투로 자극하지 않았거든. 스티브는 순간 능글거리는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 같은데 토니가 이를 세워 깨물자 그런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어. 으응... 버키... 스티브가 색색 거리며 앓는 소리를 내자 분위기가 금세 야릇해졌어. 토니의 손이 끈적하게 허리를 훑어내리며 본격적인 무드가 잡히기 시작할 때였어. 삐------- 갑자기 집안에 초인종이 요란하게 울리며 한 번에 분위기를 깨버리고 말았지. 하도 시끄럽게 울려대자 토니가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가슴에서 입을 뗐어. 누군진 모르지만 타이밍 한번 참... 토니는 스티브가 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 입을 동안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어. 벌컥 문을 열자 눈앞에 자기 얼굴을 한 남자가 서있었어. 정확히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을 한 버키였지. 버키는 자다 말고 달려왔는지 머리는 부스스 한데다 정리 안한 수염도 덥수룩했어. 이러고 다니면 내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 쯧. 토니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뭔가 말하려고 입을 뗀 순간이었어. 다짜고짜 버키가 토니의 멱살을 휘어잡았어.


-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 왜 이래? 이거 놓고 말하라고.


버키가 험악하게 토니를 노려봤어. 평소 윈솔의 얼굴로 노려봤다면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겠지만 아쉽게도 버키의 외양은 토니보다 작았거든. 토니가 간단하게 손을 뿌리치자 버키가 입을 뗐어.


- 스티브한테 손 하나 까딱이라도 건드렸으면 넌 내 손에...

- 스타크?


그때 옷을 다 입은 스티브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현관으로 나왔어. 버키가 스티브를 보고 움찔했어. 스티비... 하며 손을 뻗으려 하자 토니가 손을 쳐내며 중간에서 가로막았어. 버키가 노려보자 둘 사이에 스파크가 튀는듯했어. 무슨 일이야, 버키? 당연히 스티브는 토니의 팔을 끌며 물었지. 그 모습을 본 버키의 눈썹이 꿈틀대며 올라갔어. 때려주고 싶은 의기양양한 토니의 모습을 보며 버키가 입을 열었어.


- 이 음흉한 자식이 널 건드리려 하면...

- 무, 무슨 소리야? 우린 친구 사이라고.


스티브가 당혹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어. 외부에서는 철저히 친구 사이로 행세하고 있었는데 토니가 아침부터 찾아와 이상한 말을 떠벌리고 있으니 스티브도 내심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 토니는 아무 말없이 버키를 내려다보며 씨익 웃고 있었어. 버키는 뒤에서 히죽거리는 토니의 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지.


- 계속 곤란하게 하고 싶은 거라면 돌아가 줘. 부탁이네, 토니


버키는 스티브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기세를 누그려뜨렸어. 스티브는 자기가 갑자기 아침부터 쳐들어와 헛소리를 하는 상황에도 금세 다시 평정심을 되찾은듯했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토니의 행동에 대처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듯이 말이야. 버키는 이 짓궂은 민간인의 모습을 한채 뭔 소리를 해도 스티브가 자신의 말을 믿어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어. 아니, 애초에 토니 스타크의 황당무계한 말을 믿는 멍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거기다 버키가 토니처럼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말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돌아갈게. 오늘 일은 미안했어. 버키가 말하자 스티브가 어색하게 웃으며 잘 가라고 하더니 안으로 들어갔어. 버키는 사랑하는 연인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만 있어야만 했어. 버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망연자실 해졌지. 그때 문이 천천히 닫히며 토니가 버키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어.


- 굿바이, 러시아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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