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사춘기를 겪는 여고생들이 가득한 여자 고등학교에서 선망의 대상을 꼽으라 한다면, 그것은 바로 훈훈한 남자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어느 작은 지방에 위치한 평범한 여자 사립 고등학교도 그러한 법칙에서 예외는 아니었으니. 이 학교는 특이하게도 모든 학생들이 질색하는 수학 성적이 탑인 걸로 주변 지역에까지 유명했다. 점수의 일등공신은 한 평범한 수학 교사였다. 과목이 수학이다 보니 학생들의 수업 태도나 성적이 안 좋을 거라는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의 수업은 여고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최고의 인기 수업이었다. 그의 수업보다는 교사 자체에 관심이 쏠려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의 얼굴, 몸짓,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을세라 눈을 반짝이며 경청하는 학생들의 집중도는 언제나 최고조였고,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오늘 입은 옷이 어땠느니 귀엽지 않았느니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꽃미소를 본 날이면 모든 학생들은 한마음으로 열을 올리곤 했다. 그는 바로 여고생들의 스타였다. 가끔 동료 교사들이 “크리스, 수업 비결이 뭐에요?” 라고 물을 때면 그는 수줍게 웃으며 “글쎄요” 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며 어쩜 저렇게 겸손할 수 있을까라며 입이 닳게 칭찬하지만, 사실 왜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가 좋은지는 아직 본인도 해결하지 못한 미스터리일 뿐이다. (눈새력+10)


이 평범한 고등학교가 최근 혜성같이 등장한 남자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의문의 남자가 학교에 등장하자마자 모든 학생들의 폰에 불이 붙었다. 그의 흔들린 사진을 담은 ‘Awesome!’ 으로 시작하는 메시지는 SNS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술렁임의 여파는 교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교사들까지 이 남자의 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훈훈한 기럭지, 거기에 귀족같이 근사한 외모와 세련된 영국식 악센트는 아직 싱글인 여교사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그는 새로 부임 받은 양호선생이었다. 


그가 부임한 이래로 양호실은 언제나 아픈 학생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은 가벼운 상처와 증상을 알 수 없는 아픔을 호소하는 것뿐. 사실 아프다고 양호실 침대에 드러눕는 것은 핑계이고 흰 가운을 입은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려는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 도장을 찍듯 양호실을 방문한 아이들은 교실로 달려와 “오늘 톰 히들스턴 봤냐?” 가 안부 인사가 될 정도로 그는 학교의 또 다른 인기인이 되었다. 


학생부터 여교사들까지 툭하면 아프다느니 어지럽다느니 갖은 변명을 대면서 몰려들자 톰은 첫날부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빴다. 도대체 이 학교는 왜 이리 아픈 사람이 많은 건지, 톰이 양호실 앞에 기다랗게 줄지어 있는 행렬을 보고 오싹해진 건 무리가 아니었다. 심지어 양호실은 톰의 마음을 독차지하려고 죽치는 여교사들의 사랑방 수준이 되어갔다. 결국 교장이 나서서 양호실 출입에 어느 정도 제재를 가하자 톰을 괴롭히는 쓸데없는 방문이 눈 깜짝할 사이 줄어들었다. 악몽 같았던 첫 부임 때와는 달리 슬슬 한산해지자 톰은 차를 마시며 제법 개인 시간을 만끽할 여유도 생기게 되었다. 다시 원래 페이스를 찾은 톰은 자리비움 간판을 걸고 양호실에서 사라졌는데, 처음으로 발길을 돌린 곳은 교사들이 있는 교무실이었다. 


톰은 교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휘휘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리에 앉아 있는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그는 모든 이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성큼성큼 걸어가 크리스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의자에 기댄 채 ‘나 좀 봐봐~’ 라는 듯 대놓고 눈길 어택을 하는 덕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문서만 노려보던 크리스가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뭐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크리스는 억지로 한쪽 입술을 올리고 최대한 빵끗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살랑거리며 톰이 내뱉은 말은 크리스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만들었다. 


“나 안 보고 싶었어, Sweety?” 

“하?” 


그날 학생들의 폰은 폭발했다. ‘Urgency!!’ 로 시작하는 이 메시지는 양호 선생님과 수학 선생님의 낌새가 수상하다는 내용이었으며 톰이 느끼하게 속삭였다는 호칭은 여학생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학교 최고 인기인들의 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둘이 아는 사이였어? 대박’ 인기 남정네들의 일화는 학생들의 입에 연일 오르내렸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삼삼오오 짝을 모여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리고 학교 정문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 둘의 일거수일투족은 학생들에게 철저히 감시됐다. 오늘은 둘이 같이 정문을 들어왔다느니, 점심을 같이 먹었다느니, 서재를 같이 가는 게 수상하다느니, 두 교사의 모든 행동은 사심을 가득 담은 문구와 함께 폰에서 폰으로 바쁘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학생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같이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둘의 실상은 톰의 일방적인 스토킹이었다. 크리스가 가는 곳마다 톰이 어디선가 나타나 동행했고 웃는 낯짝을 쉽게 거절하기 힘들어 자연스레 같이 다니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이 지나갈 때마다 여학생들이 얼굴을 붉히며 환호해대자 크리스는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톰과 함께 다니자 두 배로 더 주목받는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둘은 자연스럽게 학교의 공식 커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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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학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대한 진상을 자세하게 알게 된 건 꽤 최근 일이다. 그는 수업과 관련 없는 내용의 쪽지를 받고는 한마디로 너갱이가 나가버렸다. ‘양호 선생님이랑 첫 키스는 언제 하셨어요?’ 크리스는 그제야 왜 학생들이 저와 톰에게 그런 격한 반응을 보였는지를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아이들이 자신과 톰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었는지를 알고 말이다. 


그 후로 둘의 사이엔 어색함이 감돌았고 공식 커플의 이상기류는 즉각 모든 학생들에게 전달되었다. ‘오늘 양호 선생님이 교무실에 한 번도 안 갔다. 둘이 마주쳐도 본척만척한다.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제 집처럼 양호실을 들락거리던 수학 선생님이 갑자기 보약이라도 지어먹어 몸이 좋아졌는지 양호실에 안 간다는 둥… 둘이 싸웠나? 싸웠나봐.’ 이것이 이상기류에 대한 아이들의 결론이었다. 




크리스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한 하루였는지 욕실에 꽤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는 가운을 두르고 거실로 나와 탁자 위에 놓인 상자 꾸러미를 열었다.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을 꺼내자 상자 바닥에 카드가 놓여있다. ‘-친애하는 히들스턴 선생님께- 에반스 선생님이랑 싸우셨으면 이거 나눠드시고 꼭 화해하세요! 사랑하는 제자가’ 한숨을 쉬며 카드를 탁자에 내려놓자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봤어?” 2층에 있던 톰이 계단을 내려오며 물었다. 크리스가 카드를 흔들어 보였다. 


“작전이 안 통하네.”

“이제 우리 현실을 직시하자. 그냥 사귀는 거 인정해버리는 게 어떨까?”

“사내 커플은 절대 안돼.” 


이 바보야 우리가 사귀는 걸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간다. 톰은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크리스의 옆얼굴을 손으로 훑어내렸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겠어.”

“크리스는 오늘 나 안 보고 싶었어? 난 너무 힘들었는데. 제대로 된 대화 한마디도 못했잖아.” 

“나도 이 상황이 힘들어, 톰. 양호실 침대도 엄청 그립고.” 


수업이 빌 때마다 안락한 휴식을 제공하는 양호실의 폭신한 침대는 은근히 꿀이기에, 크리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출입조차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다. 가끔 톰이 자리비움 간판을 걸고 문을 잠그고는 침대로 껴들긴 하지만 말이다.


“양호실이 그리운 이유가 침대밖에 없어?” 


톰이 아쉬워하며 뒤에서 크리스의 허리를 감았다. “오늘 하루 종일 서로 모르는척하느라 고생했으니…” 톰은 향긋한 바디 샴푸 냄새가 나는 크리스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이제 몸으로 대화하는 거 어때, 달링?”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남자를 보며 크리스가 얼굴을 붉혔다. 







한번 이어써볼까 싶어서 재탕을 좀 손본건데 더 쓰기 귀찮아서 걍 내용을 대충 풀어보면

어릴때 히반이 서로 알던 사인데 크리스가 이사가는 바람에 헤어지고 히들이가 한참 뒤에 찾아온겁니다.

중간에 히들이가 계속 들이대는데 크리스는 히들이 전혀 기억 못하고요.

그러다가 뭐 여차저차해서 사귀게되고 둘이 사귀는걸 크리스 빼고 다 안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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